2026년, 광고 시장이 바뀌는 방향과 실무자의 대응 2편

2026-08-24 50 0최재형 마케터

2. 이제 소재가 타겟팅입니다 — 크리에이티브 물량전의 실제



앞 글에서 타겟팅이 AI로 넘어갔다고 했는데, 그럼 광고주가 성과에 개입할 수 있는 지렛대는 뭐가 남았을까요. 사실상 가장 큰 게 소재입니다.



요즘 매체 알고리즘은 소재를 단순한 '보여줄 그림'이 아니라 타겟팅 신호로 씁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비주얼에 멈추고, 어떤 카피에 반응하고, 어떤 포맷에서 전환하는지가 전부 학습 데이터가 되고, 시스템은 소재별로 맞는 유저를 알아서 찾아갑니다. 그래서 "가격 소구 소재"와 "후기 소구 소재"를 같이 넣으면, 두 소재가 사실상 서로 다른 타겟팅을 하는 셈이 됩니다. 소재의 다양성이 곧 도달 가능한 오디언스의 다양성인 거죠.



여기에 AI 제작 도구가 겹치면서 판이 커졌습니다. AI 아바타로 UGC풍 영상을 찍고, 매체에 내장된 생성 기능으로 이미지를 늘리고 배경을 바꾸는 게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소재를 주에 수십 개씩 찍어내는 팀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자주 듣는 말이 "결국 소재 물량전"이라는 건데 — 저는 절반만 동의합니다.



물량보다 먼저인 것 — 소구의 가설



소재를 많이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졌습니다. 문제는 뭘 많이 만드느냐예요. 같은 컨셉의 변형 30개는 사실상 소재 1개입니다. 알고리즘 입장에서 새로운 학습 재료가 아니거든요. 물량이 의미를 가지려면 서로 다른 소구(각도)의 가설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이 가설을 감으로 세우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맡았던 계정에서는 고객 설문을 마케팅 액션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는데, 결과가 꽤 선명했어요.



  • 사람들이 들어오는 이유 1위는 가격(48%)이었습니다. → 그래서 신규 유입용 상단 소재는 가격 소구를 유지.

  • 그런데 들어와서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는 상태 불안(42%)과 사이즈 불안(35%)이었습니다. → 그래서 리타겟팅 소재는 할인이 아니라 확신 소구(상태 등급, 실측 정보, 착용샷)로 전환. 상품 페이지에서 가장 필요하다는 정보 1위도 착용감(51%)이었으니, 누끼컷만으론 부족하고 착용 컷을 섞어야 한다는 결론까지 자연스럽게 나왔고요.

  • 판매(위탁) 쪽은 더 재밌었는데, 서비스를 이미 아는 사람이 70%인데도 신청을 안 하는 1위 이유가 "팔릴지 확신이 없어서"(56%)였습니다. → 그래서 메시지 자체를 "내 옷 파세요"(행동을 요구하는 화법)에서 "당신 옷, 팔립니다"(예상 가격·판매 속도·완료 사례로 증명하는 화법)로 뒤집었습니다.


같은 물량이라도, 이렇게 단계별로 다른 장벽을 겨냥한 소재들과 한 가지 컨셉의 변형 더미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냅니다. 퍼널 위쪽(모르는 사람)과 아래쪽(아는데 망설이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메시지가 다르다는 걸 데이터가 알려주니까요. 표본이 적은 경우 확정이 아니라 가설로 받아서 A/B로 검증하는 걸 전제로 했습니다만, 감으로 시작하는 것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AI 제작과 실촬영의 역할 분담



AI 소재에 대해선 실무에서 제가 잡은 선이 하나 있습니다. 상단 퍼널의 물량은 AI로, 신뢰의 증명은 실물로.



인지·유입 단계의 훅 영상이나 컨셉 변형은 AI UGC 도구로 빠르게 물량을 뽑는 게 효율적입니다. 여기선 완성도보다 다양한 각도를 빨리 시장에 던져보는 속도가 중요하니까요. 반면 중고 의류처럼 "상태가 진짜인가"가 구매 장벽의 핵심인 상품에서, 상태 등급·실측·디테일 컷 같은 신뢰 소재를 AI로 만드는 건 방향이 어긋난다고 봤습니다. 유저가 확인하고 싶은 건 그럴듯한 이미지가 아니라 실물의 증거거든요. 이 경계는 업종마다 다를 테니 "AI냐 실촬영이냐"의 이분법보다, 이 소재가 담당하는 심리적 역할이 뭔지로 가르는 걸 권합니다.



자잘하지만 성과를 가르는 것들



소재 운영에서 놓치기 쉬운 실무 포인트 몇 개를 덧붙이면:



비율은 취향이 아니라 지면입니다. 한번은 앱 캠페인에서 1:1 소재가 9:16보다 CTR·전환율이 다 좋게 나와서 "9:16은 빼자"는 얘기가 나올 뻔했습니다. 그런데 뜯어보면 이건 소재의 우열이 아니라 지면의 구조예요. 1:1은 디스플레이·피드처럼 전환 친화적인 지면에 폭넓게 나가고, 9:16은 쇼츠·릴스처럼 몰입형 지면에 나갑니다. 쇼츠는 영상 보다가 설치로 넘어가는 마찰이 구조적으로 커서 전환율이 낮게 찍히는 게 자연스럽고요. 그러니 1:1이 좋다고 9:16을 빼면, 쇼츠 지면의 전환을 통째로 버리는 겁니다. 둘은 경쟁이 아니라 보완재라서, 비율별로 다 넣는 게 커버리지를 넓히는 길이었습니다. 성과 비교는 같은 지면끼리 해야 공정합니다.



소재에도 수명이 있습니다. 잘 나오던 소재도 같은 오디언스에게 반복 노출되면 반응이 꺾입니다(피로도). 빈도 지표와 성과 추이를 같이 보면서, 꺾이기 전에 다음 타자를 준비해두는 로테이션이 필요해요. 물량전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한 번에 100개를 붓는 게 아니라, 이기는 소재의 다음 버전을 끊기지 않게 공급하는 체력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테스트는 한 번에 한 변수씩. 훅도 바꾸고 모델도 바꾸고 CTA도 바꾼 소재가 이기면, 뭐가 이긴 건지 알 수 없어서 다음 소재에 써먹을 게 없습니다. 배우는 게 없는 승리는 물량전에선 손해입니다.



소재가 타겟팅이 된 시대의 좋은 소식은, 이게 광고주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몇 안 남은 지렛대라는 겁니다. 나쁜 소식은, 그래서 이제 소재를 감으로 만드는 팀과 데이터로 만드는 팀의 격차가 그대로 성과 격차가 된다는 겁니다.





최재형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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